2006. 8월 출판사 유토피아가 ‘도서투자 제안서’라는 것을 지인들에게 돌려 펀드식 모금을 통해 출판한 단행본 <국어실력이 밥 먹여준다>(김경원·김철호 지음. 최진혁 그림)가 성공하여 투자자들에 수익금도을 주고 출판사도 살렸다.

당시 ‘도서투자 제안서’는 3개월 안에 판매부수 3만을 넘길 것이라며 판매부수에 따른 환급율을 제시했다. 예컨대 2000권 나갈 때 투자금의 60%를, 1만권이 나가면 150%를 지급하는 식으로 판매부수가 1천 권씩 늘어날 때마다 환급률을 10%씩 올려가, 1만5천권이 나가면 200%를 지급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런데 예상을 넘어 10월 중순에 1만5천권 상한선까지 차버렸다.

출판사에서 제시한 투자금액은 최소 1계좌 100만원에서 최대 15계좌까지였다. 모두 2500만 원정도가 모였다. 따라서 보통 1~3계좌씩 산 투자자들은 이날 200~600만원씩 받을 수 있었다.

당시 '국밥'의 모금출판 성공요인은 국어에 대한 열정을 가진 전문가들이 집필하여 책 내용이 알찼고, “죽어가는 인문학을 살려보자는 위기에 대한 공감”을 가진 투자가들의 참여가 성공요인이었다.

2012년 현재 출판계의 극심한 불황기에도 "재미가 없으면 의미도 없다"라는 출판 슬로건으로 특정한 분야만 고집스럽게 출판하는 장르출판사 북스피어(대표 김홍민)가 최근 모금출판으로 주목을 끌고 있다.

예전에 유토피아 출판사가 시도하여 성공했던 모금출판이라는 마케팅 전략을 활용하여 올해 5월 열흘 만에 신간 '안주'라는 책의 마케팅비용으로 5,000만원 모금 목표를 단숨에 달성했다. 독자의 참여도에 놀랍지만 참여를 이끌어낸 출판사의 능력도 대단하다고 볼 수 있다.

모금방식은 1구좌 당 10만원. 즉, 10만원부터 투자할 수 있고 2구좌는 20만원. 3구좌는 30만원. 상한선 없이 10구좌든 100구좌든 원하는 방식대로 투자할 수 있다. 제작비, 인건비 등등은 포함되지 않았다. 오직 마케팅 비용으로만 사용하는 5,000만원을 목표로 2,000만원이 넘지 않으면 이벤트를 실패로 간주하고 원금을 그대로 돌려주는 것이다.

판매부수를 기준으로 배당액을 결정한다. '안주'의 판매가 3만부를 넘어가면 원금 포함해서 120%를 돌려받는다. "물론 1만부 미만으로 팔리면 적자일 수도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고 솔직 당당하게 말하면서.

북스피어의 성공 핵심 포인트는 '재미와 독자와의 교감'이다. 책 증정이라는 약간의 인센티브와 돈보다 보람을 소중히 여기는 북스피어의 충성스런 독자들에게 '농촌체험'식 창고정리, 밤새워 교정 교열보기 등의 출판 업무를 체험 봉사시키는 ‘독자 혹사 프로젝트’라는 재미있는 독자와의 놀이 이벤트를 활용하는 등 성공적으로 출판사를 운영해 나가고 있다.

북스피어 대표는 마케팅 비전문가라고 겸손해 하지만 이러한 방법이야 말로 가장 고도의 마케팅 기법의 실천이라고 본다. 어려움을 겪는 출판사들은 타산지석으로 삼을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