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논술2-사고의 발견적 기능을 중시하는 논리학습을 하자
형식적 타당성이나 논리적 필연성보다 새로운 관념을 낳는 지식의 확장 우선
디자인종합 > 그림논술 [2016-12-30 18:41]

논술은 논리적인 글쓰기로서 자기의 의사표시를 정확히 하는 것을 말한다. 이러한 논리적인 글쓰기가 대입시험과 입사시험에 채택되면서 우수인재 선발이라는 이름하에 고사 형태로 실시되면서 논술고사가 되고 사고나 느낌과 관계없이 지식을 짜내는 기교로 전락하고 말았다. 

논리라는 것은 생활 속 체험에서 우러나는 인간의 자연스런 감성이 단지 언어라는 도구로 표출될 뿐인데 언어자체가 목적이 되어 백과사전적 지식을 달달 암기한 후 심판관에게 평가받는 것이라면 두뇌 고문과 뭐가 다를까? 

논리라는 말은 일반적으로 기원전 약 6세기를 전후로 고대 그리스에서 시작되었으며, 기원전 4세기 아리스토텔레스에 의해 지금의 논리학 체계를 갖춘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아리스토텔레스는 논리에 관한 이론을 세 가지로 정리하여 자신이 편찬한 <전 분석론(Prior Analytics)>에 소개하고 있다. 여기에는 연역법(deduction), 귀납법((induction), 가설추리법(abduction)이 소개되어있으며 연역법과 귀납법은 우리가 잘 아는 논리이론이지만 가설추리법은 잘 알려져 있지 않다. 앞으로 그림논술은 가설추리법(이하 가추법)에 의존하여 전개될 것이다. 

엄밀히 말해서 연역법 또는 삼단논법은 아리스토텔레스가 창시했지만 귀납법은 프랜시스 베이컨과 존 스튜어트 밀이 확립했으며 가추법은 찰스 샌더스 퍼스에 의해 세상에 알려진다. 연역과 귀납은 논증의 논리라고 하면 가추법은 탐구의 논리 또는 발견의 논리라는 점에서 전자가 사고의 정역학이라면 후자는 사유의 동력학이라 할 정도로 그 관점을 달리하고 있다. 다시 말하면 논증 논리가 추론의 형식적 타당성이나 논리적 필연성이라는 특성을 중시한다면 탐구의 논리는 새로운 관념을 낳는 지식의 확장을 가져오거나 추론의 발견적 기능이 중시되는 것이다. 

우리가 잘 알다시피 연역법은 보편적 원리로 특수한 사실을 증명한다는 것인바.

가령 1) 모든 동물은 죽는다.

2) 사람은 동물이다.

3) 그러므로 사람은 죽는다.

에선 반박의 여지가 없는 필연성과 타당성을 갖지만 더 이상의 사고의 진전이나 확장은 기대하기 힘들다. 그렇다면 귀납법의 경우는 어떤가? 귀납법은 특수한 사례를 찾아내 일반화하는 방법으로 일종의 과학적 논증방식이지만 과학철학자 칼 포퍼에 의해 비판받으면서 오류가 많은 방법으로 알려졌다. 가령 100마리의 백조를 찾아내고 "백조는 희다"라고 결론을 내리면서 참이라고 할 수 있겠으나 101번째 검은 색 백조가 나타난다면 "백조는 희다"라는 명제는 더 이상 참일 수 없으며 오류로 판명될 것이다. 그러면서 칼 포퍼는 과학적 진보는 반증가능성에서 찾아야한다고 전제하며 패러다임론을 제기한다. 이 패러다임이 특수 사례에서 특수 사례로 나아가는 동역학적 운동을 말하며 논리가 아니라 유비(또는 가추법)라는 용어와 동일시 된다.

이탈리아 기호학자 움베르토 에코는 가추법은 토마스 쿤이 제기한 과학적 패러다임을 뒤덮는 혁명적 발견 뿐만 아니라 형사 또는 탐정 수사에 중요하다고 하면서 4가지 유형의 가추법 사고를 <해석의 한계>에서 설명하고 있다.

, 1. 가설 또는 과잉코드 가추법

2. 과소코드 가추법

3. 창조적 가추법

4. 메타 삼단논법 가추법

일반인들은 좀 이해하기 어려운 용어들이지만 그림논술을 전개하는데서는 중요한 전제가 되기 때문에 각각에 대해 예를 들어 설명해본다. 

<가설 또는 과잉코드 가추법>은 말 그대로 가설 또는 가정을 토대로 논리를 전개하는 방식이다. 만유인력이라는 작용은 직접적으로 관찰 불가능한 것이다. 물체의 낙하 현상을 아무리 꼼꼼히 거듭 관찰해도 우리는 그 어디에서도 "인력"이라는 가시적 현상을 볼 수는 없다. 다만 모든 물체는 위에서 아래로 낙하한다는 사실에서 이들 사실과는 다른 종류의 즉, 사과같은 중량있는 물체 낙하 현상을 보면서 어떤 "인력"이 작용한다는 가설적 사유를 설명할 수 있는 것이다. 이러한 이론적 대상의 발견은 관찰 데이타부터 일반화를 이끌어내는 귀납법과는 분명히 다르다. 뉴톤은 "인력"이 지상의 물체들 사이에서 뿐 아니라 심지어 모든 천체 간에도 작용하고 있다고 생각하고 지상과 천상의 운동을 통일적으로 설명할 수 있는 만유인력의 원리를 확립하면서 17세기 당시로서는 매우 대담한 가설이었다. 이런 위대한 가설 형성에는 치밀한 관찰력만 아니라 강력한 창조적 상상력이 불가피하다. 

<과소코드 가추법>은 요하네스 케플러가 화성의 타원궤도를 발견하여 붙인 케플러 제1법칙 <행성은 태양을 하나의 초점으로 하는 타원궤도를 그리며 공전한다>은 당시 그의 법칙을 생각나게 하는 어떤 단서조차 주어지지 않았다. 케플러는 화성의 움직임을 관측하면서 화성의 궤도가 원형이라는 것에 의심을 품고 티코 브라헤의 수년에 걸쳐 관찰데이터를 토대로 주도면밀한 계산과 추론을 거듭하는 가운데 행성이라는 개념에 절대적으로 따라다니는 등속 원운동이라는 철칙을 타파하고 화성이 타원궤도를 그리며 공전한다는 놀라운 발견에 이른 것이다. 이러한 놀라운 그러나 거의 미미한 단서로 발견된 케플러 제1법칙은 뉴톤의 만유인력 발견에 결정적 단서를 제공하게 된다. 또 퍼스는 이에 대한 사례를 들었다. 즉 땅속에서 물고기 화석이 발견된다면 이 일대의 육지는 전에 바다로 덮여 있었다고 가정할 수 있다. 도대체 바다와 멀리 떨어진 육지의 훨씬 안쪽에 물고기화석이 발견되었다는 것은 왜?라는 의문을 가지게 될 것이며 고대 생물학적 설명이 놀라운 가설로 전개될 것이다. 분명 이것은 지식의 확장이다. 

<창조적 가추법>은 모든 미술사가 입증한다. 고전주의, 로코코, 낭만주의, 사실주의, 인상파, 야수파, 입체파, 다다주의, 추상파, 초현실주의 등등 한 시대를 풍미하다가 다음 유파를 통해 패러다임 전환이 된 창조적 가추법적 사고는 법칙을 새롭게 발견한 정신적 혁명이다. 이외에도 셜록홈즈, 아르생 루팽 등 탐정소설 속 주인공의 추리역시 창조적 가추법에 속한다. 

<메타 삼단논법 가추법>은 퍼스가 이에 대한 예를 제시하고 있다. <....과거 어느날 나는 터키의 한 지방의 한 항구에 하선 후 방문할 어떤 집 쪽으로 걷다가 한 사람이 말을 타고 있고 그 사람 주변에는 네 명의 기수가 그 사람의 머리 위를 햇빛 가리개로 가려서 지나가는 광경을 보았다.. 거기서 나는 이 지방의 지사만이 이런 대접을 받을 수 있다고 생각되어 그 사람이 지사에 틀림없다고 추론했다.....> 누구나 터키의 한 지방 항구 도시를 거닐 수는 있다. 그러나 말을 타고 기수들의 호위을 받으며 매우 중시되고 있는 사람은 도대체 어떤 사람이냐는 의문과 그것에 대한 추론은 메타 추론이 된다. 즉 추론에 대한 추론인 것이다. 즉 퍼스는 터키에서 햇빛 가리개를 동반하는 사람은 권위있는 사람이라는 일반적 규칙을 기준으로, 길가에서 만난사람이 그 규칙의 부인할 수 없는 사례를 나타낸다고 생각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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