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논술1-그림논술이란?
과학적 논리와 비유적 논리를 통합한 메타인지를 활용하는 생산적 글쓰기
디자인종합 > 그림논술 [2016-12-28 13:41]

그림논술은 단순히 그림과 논술의 합성어가 아니며 그렇다고 그림을 비평하거나 해석하는 글쓰기는 더더욱 아니다. 그림논술은 과학적 논리와 비유적 논리를 통합한 메타인지를 활용하는 생산적 글쓰기라고 할 수 있다. 쉽게 정의하자면 비트겐슈타인의 논리적 그림에 해당한다. 

독일의 철학자 비트겐슈타인에 따르면 그림에는 공간적 그림과 채색그림, 그리고 논리적 그림이 있다고 하였다. 논리적 그림은 공간적 그림과 채색 그림이 포함되기 때문에 가장 넓은 개념이 된다. 그렇다면 논리적 그림은 무엇인가? 그림이 논리를 가진다는 뜻이다. 

영국의 미술사학자 허버트 리드는 그림이 인간의식의 발전에 있어 언제나 사상에 선행한다'는 가설을 통해 인류의 발전사를 7단계로 나누어 그 각각이 독자적인 미학적 가치를 창조했음을 그의 주저서 도상과 사상에서 고찰하고 있다.
즉 허버트 리드는 인간 의식 발전사 전체를 통해 볼 때 그림이 먼저 존재하고 그에 따라 논리가 파생되었음을 말하고 있는 것이다. 

비트겐슈타인은 논리 실증주의자로서 과학이 아닌 것을 존중하였고, 그것들이 다만 과학과는 다른 형태로 주장되어야 함을 강조하였다. 과학이 명제논리 바탕으로 한다면 그림은 술어논리에 가깝다. 다음의 두 문장을 보자.

1) 장미꽃은 빨갛다.

2) 장미꽃이 아름답다.

위 두 문장의 구조를 보면 문법적으로는 완전히 동일하지만 논리적으로는 전혀 다르다. 1)의 빨갛다라는 술어는 장미꽃을 객관적으로 서술하지만 2)의 아름답다라는 술어는 장미꽃을 객관적으로 서술하는 기능을 갖지 않고 화자의 느낌을 표현하고 있다. 

르네 마그리트가 캔버스에 파이프를 그려놓고 하단에 <이것은 파이프가 아니다>라는 문구를 적어놓은 그림이 세상에 나왔을 때 관람객을 물론 비평가들은 하나같이 기발한 상상이 돋보인다고 예찬하였다
반면 4살 먹은 아이가 동물원 사자를 보고 집에와서 하얀 백지에 울타리 같은 수직선 서너 개 그어놓고 그 안에 동그라미를 그려놓은 후 <이것은 사자다> 했을 때 거의 모든 사람들은 전혀 사자를 닮지 않은 그림을 보면서 아동의 미숙련된 그림솜씨만 판단하고 그림이 참 예쁘구나라고 아동의 노력을 인정해주는 정도가 전부일 것이다. 

여기서 우리가 주목할 것은 파이프가 진짜처럼 보이는지, 사자를 얼마나 닮았는지 등 객관적 묘사에 있는 것이 아니라 화자의 느낌을 전하는 2차적 언어 즉 메타언어일 것이다.
메타언어,메타사고, 메타인지는 하나같이 사고에 관한 사고를 지칭하는 것으로 주어진 사물의 범주를 뛰어넘어 비유적 사고로 전환하면서 우리를 미지의 세계, 상상 가능 세계, 신화의 세계로 이끌어가는 것이다. 천재 마그리트나 이제 4살먹은 아이나 메타언어를 쓰는 데 있어서 어떤 지적 능력의 차이를 보이지 않는 이유인 것이다. 

후기 구조주의자 레비스트로스는 아마존 밀림 생활에서 얻은 경험을 토대로 지은 저서 <야생의 사고>에서 원시 문화에서 사는 원주민의 사고를 문명인이 생각하는 미숙한 또는 미개적 사고가 아니라 단지 우리와 다른사고를 할 뿐이라면서 야생의 사고를 구체의 과학으로 재정립한다.
구체의 과학은 논리와 객관성이 결여된 덜떨어진 것이 아니라 근대과학과는 다른 방식으로 세계를 이해하는 비유적 사유체계로써 양자의 우열을 가릴 순 없다고 레비스트로스는 지적한다. 

마그리트와 4살 아이는 객관적 논리를 뒤집는 역설의 논리 즉 비유적 사고를 하는데서는 일치한다. 객관적 논리는 언어를 통해 끊임없이 지시대상을 추가하는 사유다. “사랑하면 언어 그 자체가 아니라 사랑이 무언가를 반드시 지시해야만 하는 것이다. 지시대상이 없는 언어는 논리에서 틀린 것으로 자리매김된다.
이러한 지시대상 찾아내기가 지금 교육현장에서 마인드맵이라는 수목구조를 통해 유행하면서 우리의 모든 사고를 선형화하고 닫힌 체계로 만들면서 디지털 시대와 역행하고 있는 것이다.
지금까지 우리의 과학적 논리는 나무(수목)’적 사유로 항상 중심이 존재하고, ‘그리고그리고로 이어지는 순환적 논리가 지배한다. 이런 나무 형태의 사고는 디지털시대 이전의 아날로그 시대에 다양성 사고확장에 기여했을지 모르나 이러한 다양성은 하나의 나무줄기에 수많은 가지, 이파리, 뿌리가 종속된 형태로 엄밀히 따졌을 때 차이에 의한 다양성은 아닌 것이다.
결국 근대의 과학, 제도, 권력, 정주, 자본, 제국, 합리, 이성 등이 지구촌을 점령하면서 인간이 만든 인공지능(AI)에게 우리 인간이 점차 일자리뿐 아니라 사고경쟁에서 밀려나고 있는 것이다. 

그림논술은 지금까지의 수목사유를 해체하는 논리, 비유적 사유를 지향한다. 수목적 사유가 전체성을 강조하면서 가산적 언어를 주창해왔다면 비유적 사고는 감산적 언어를 통해 기존의 지시대상을 지워가면서 그 자리에 인간의 감정을 채워 넣는 작업이다.
마그리트와 4살 아이는 감산적 언어를 통해 파이프나 사자와 같은 지시대상이 아닌 그들의 상상적 세계를 재배치한 것으로 객관적 세계를 밀어내고 그 자리에 예술적 감산의 양식에 대한 다양한 묘사를 완성한다. 예술이야 말로 감산의 양식에 적합한 인간의 마지막 서식처요 인간이 다시 한 번 창조의 문을 열어갈 열쇠가 될 것이다. 

우리는 지금 디지털 시대를 살아가고 있으며 모든 지식은 하이퍼텍스트로 재편되고 01이라는 알고리즘에 의해 다층적이고 다원적인 연계나 관계의 시스템을 통해 태양계라는 항성의 우주가 아닌 수많은 항성으로 구성된 은하계의 우주 시대를 열어가고 있다.
하나의 줄기에 수많은 가지와 이파리가 달린 항성(수목) 시스템이 아니라 하나의 이파리에 수많은 줄기가 달려있는 행성(태그) 시스템을 어떻게 구축하느냐가 우리의 미래가 달려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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