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학은 언제나 모방은 창조의 어머니라고 하면서 모방을 한다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 아니라고 강조합니다. 아이가 세상을 배우는 과정의 첫 시작은 언제나 엄마나 아빠가 하는 말과 행동을 따라 배우는 것입니다. 그래서 삶을 대하는 방법도 내가 닮고 싶은 사람을 따라 해 보는 것도 좋다며 모방을 역설합니다.

이런 교육을 받은 아이들이 청소년이 되면서 연예인의 독특한 옷차림과 몸짓, 말투, 심지어 외모까지 모방하면서 자신의 개성은 사라지게 됩니다. 몰개성의 신인류가 디지털로 재무장을 하면서 괴물화되어가는 현상은 심리주의의 폐단으로 보아도 크게 벗어나지 않을 것입니다.
 
이제 우리의 교육은 크게 바뀌어야합니다. 그것의 시작은 기호학에서 출발해야합니다. 기호학은 맨 먼저 언어교육부터 그 기본틀을 바꾸어 줍니다. 빈혈증상의 순수형식만을 갖는 언어교육수준에 그림교육의 수준으로 구체화되어야한다는 것입니다.  비트겐슈타인이 주장했듯이 명제가 그림이어야한다는 것입니다.

오늘은 명제가 그림이 되어야한다는 것을 파울 클레의 그림을 통해 증명해보일 것입니다. 종래의 언어교육은 일반적인 모방적 그림교육과 일치합니다. 즉 객관적으로 존재하는 대상을 모방하고 재현하는 것을 진정한 그림의 본질이라는 것이지요. 이러한 틀을 깬 분이 바우하우스의 교수 칸딘스키였습니다. 칸딘스키에 이르러(물론 당대의 많은 실험가들까지 포함하여) 미술 형식이란 화가의 내면과 조응하여 빚어지는 사유의 실천이라면서 추상주의를 창궐합니다. 

그림이란 무엇을 지시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존재론적 가치를 가진 표현 자체라는 것이지요. 그러나 칸딘스키 역시 심리주의를 벗어나지 못한 반구상에 그친감이 크지요. 그런 이유로 진정한 존재론적 표현을 구현한 이는 파울 클레라는 것입니다. 클레는 말그대로 그림을 기호화한 위대한 교육의 혁명자입니다.

아래의 그림을 보면 모두 ‘천사’를 그린 클레의 작품입니다. 천사는 어디에 존재하는 ‘무엇’이 아닙니다. 클레는 가상의 천사를 모방하여 이 그림을 그린 것이 아니라 인간이 순수해지면 천사가 될 수 있다는 순진한 생각으로 순수함 자체를 표현했을 뿐이고 ‘천사’라고 상징적 명칭을 붙인 것은 우리의 모방심리일 뿐입니다.

따라서 얼핏보면 그로테스크한 면의 천사는 형태 그것보다도 형태를 구성하는 행위 즉, ‘생성의 역동적 과정’이요 보는 자로 하여금 그 형성의 과정을 좇아 천사적 삶을 살아가기 바라는 의도일 수 있습니다.

이러한 생성의 역동적 과정을 제대로 보여주기 위해서 클레 그림 위에 ‘생명의 나무' 일명 ’세피로트의 나무'는 천국에 있는 '생명의 나무'를 의미하는데, 카발리스트는 이것이 우주 전체를 상징한다고 여깁니다. 이 '생명의 나무'는 광대한 대우주를 의미함과 동시에 그 작은 모형인 소우주로서의 인체이자, 나아가서는 신에게 이르는 정신적인 편력을 의미하지요.
 

이 '나무'는 열 개의 구(球 : 세피라 Sephira)와 스물두 개의 통로(패스 Pass)로 되어 있으며 현재의 인간은 말쿠트(왕국)에 있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스물두개의 통로를 거쳐 세피라를 하나씩 터득하면서 ①의 케테르(왕관)로 가는 정신의 여로, 또는 명상 여행을 계속하게되며 각각의 세피라에는 사람들에 대한 지도·수호를 하기 위한 대천사가 있습니다.
① 케테르(Kaether : 왕관:  메타트론(Metatron)천사 ② 코크마(Cochma : 지혜:  라치엘(Ratziel)천사 ③ 비나(Binah : 이해: 자프키엘(Zaphkiel) 천사 ④ 케세드(Chesed : 자애: 자드키엘(Zadkiel)천사 ⑤ 게부라(Geburah : 신의 힘: 카마엘(Camael)천사 ⑥ 티파레트(Tiphreth : 미: 천사 미카엘(Michael)천사 ⑦ 네트아크(Netreth : 승리 :  하미엘(Hamiel) 천사 ⑧ 호드(Hod : 영광: 라파엘(Raphael)천사 ⑨ 이에소드(Iesod : 기반 : 가브리엘(Gabriel)천사 ⑩ 말쿠트(Malchut : 왕국: 여기에 존재하는 천사는 ①과 마찬가지로 메타트론(Metatron)입니다.
 
이러한 생명의 나무에 퍼스의 기호학을 대응시켜보면 아래의 그림처럼 정리해 볼 수 있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