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호에 필자는 디자인에서 기능과 상황, 모델과 본질이라는 소비자 담론은 이미 패션계에서 인상(impression), 질료적 연루(implication), 메시지(message), 동기부여(motive)로 메타포하여 디자인 컨셉을 진행하여왔다고 언급했었다.

이들 인상, 질료적 연루, 메시지, 동기부여는 일반적으로 컨셉이라고 하지만 인문학적 정의를 하자면 '감성적 언표'라고 한다. 감성적 언표는 철수의 얼굴에 나타나는 순간적인 표정으로 얼굴의 피부색 보다는 덜 지속적이다. 덜 지속적인 이러한 지속을  베르그송은 '순수지속'이라고 한다. 순수지속은 베르그송 철학에서, 보통의 시간 개념과는 달리, 직관에 의하여 포착되는 진정한 시간 경험. 주관적ㆍ심리적인 현실을 이르는 말로 이러한 순수 지속의 세계가 진정한 자아요, 자유로운 인격의 영역이며 생명 그 자체라고 본다. 생명이 고착되어 지속된다는 것은 박제된 동물을 일컫는 말로 그것은 죽음을 상징한다.

베르그송이 확인해준 바처럼 직관은 감성적 언표를 포착해주는 인간의 본질적 특성이다. 인간의 본질적 특성은 메를로 퐁티가 확인해주었듯이 인간의 몸과 직접적인 상관을 이룬다. 우리의 몸에서 파열하는 감성적 언표는 어떤 대상을 갖지 않는다. 그렇다고 대상을 갖지 않는다고 해서 덜 개념적이라고 할 수 없을 것이다.

우리는 5천년 이상을 수형도라는 개념분류에 의해 살아온 <이성적>동물로서 이성적<동물>로는 살아온 적이 없다. 이렇듯 박제된 지식으로 사유하는 인간들의 오늘날 자화상을 보라. 온갖 더럽고 추악한 천민자본주의 행태, 김일성에 이은 삼대 우상주의 고착화, 이들 남과 북에서 벌어지는 <이성적, 합리성>으로 포장된 위선들이 우리를 슬프게 하고 어린 동심을 갈기갈기 찢어놓으며 미래를 초토화시켜가고 있지 않은가?

이제 우리는 새로은 개념체계를 갖추어야한다. 이미 들뢰즈, 푸코, 데리다, 바슐라르, 라트르 등에 의해 리좀구조, 연금술, 행동자네트워크, 초끈이론 등 새로운 개념체계가 언급되어왔으며 실제 이들 사유에 기반을 둔 예술세계(나는 이를 디자인세계라고 한다. 사실 디자인세계가 예술세계보다 상위개념이다)가 진행되고 있으며 새로운 신화시대를 열어가고 있다. 디지털미디어는 디지털 디자인 시대를 앞당기고 있는 것이다.

일부에서 포스터물감과 오일로 작업하던 조형작업을 컴퓨터에 의한 디지털로 방식만 바꾸면 디지털디자인 작업이 이루어지는 것으로 착각하고 있으나 이것은  전혀 디지털디자인과는 무관하다. 손으로 그림을 그리는 사람이 입으로 발가락으로 그린다고 해서 그림의 내용이 바뀌는 것은 아닐 것이다. 그림은 손 등 도구로 그리는 것이 아니라 눈의 관조, 몸의 직관, 순수동심이 공간에 파열시킨 이미지 작업이요, 감성적 언표작업이다.

이미지와 감성적 언표에 재료가 투입 됐을 때 비로소 우리의 오감에 잡히는 유화, 구성작품, 조각, 영화, 가상현실, 인공물 등이 생산될 뿐이다. 컨셉은 재료가 투입되기 직전의 이미지요 감성적 언표이다. 이들 이미지와 감성적 언표는 직관에 의해서만 파악되는 특성을 갖는다.  직관을 갖지 않는 인간에게는 절대 보여지지 않는 특성을 갖기 때문에 영혼의 문제와 직결되기도 한다. 영혼이 없는 인간이 우리사회에 그만큼 많다는 이야기다.

직관을 갖는 유일한 방법은 루소가 언급했듯이 자연으로 돌아가는 것이다. 원초적 인간으로 돌아가자는 것이 동물적 본능으로 살아가자는 것이 아니다. 감성적 언표를 회복하자는 것이다. 감성적 언표는 그래서 우리가 오염과 타락으로 물들이고 더이상 회복이 어려운 지구촌 문제를 조금이나마 회복시키는데 도움을 주는 네그엔트로피 행위이다.  이미 지구는 인간의 욕망 엔트로피에 의해 멸망에 가까운 것은 사실이다. 다만 멸망을 지연시킬 의무는 우리 선대 인간이 저질러온 만행을 후대를 위해 조금이나마 누그려트려보자는 것이다.

디지털디자인은 감성적 언표의 개념체계를 현실화하는 유일한 대안이라는 것이 필자의 생각이다. 감성적 언표는 필자가 앞에서 말한 인상(impression), 질료적 연루(implication), 메시지(message), 동기부여(motive)로 메타포화된 잠재적 세계요, 가능세계이다. 디지털디자인은 공공디자인, 에코디자인, 안전디자인, 유니버셜디자인, 관계디자인, 지속가능한 디자인, 그랜드 디자인 등 하위체계를 가지면서 우리들 지구의 환경, 정치, 경제, 문화, 인종문제등를 근본적으로 해결해 줄 것이다.

동물 식물 광물등 실물분류체계가 형태, 재료, 기능, 색채 등의 물질적 기능체계라면 비물질적 체계는 압력과 온도, 에너지 등 물질의 변화를 유도하는 관계체계로서 사물을 멀티모달체계로 바꾸어 준다. 멀티모달의 세계가 감성적 언표의 궁극의 세계이다. 디지털 디자인은 멀티모달제품의 시대를 열어 줄 것이다. 이쯤 독자들도 생각해 보자, 제품디자인에서 스타일링 중심으로 만들어낸 멀티제품과 디지털디자인(공공디자인, 유니버셜디자인, 에코디자인 등)에서 감성적 언표 중심으로 만들어낸 멀티모달제품의 차이는 어디에 있는가?

한가지 힌트를 주면 제품만들기에서 친환경적 재료를 쓰고 친환경적 공법을 쓴다고 해서 에코디자인이 되는 것이 아니다.  언제 우리가 제품디자인을 하면서 공공성, 친환경성을 고려하지 않고 디자인해왔던가? 또 제품디자인을 컴퓨터로 제도화하고 스케치하고 3D한다고 해서 디지털디자인인가? 손으로 작업하면 제품이 탄생하지 않는가? 이제 우리의 근본적인 사유방식, 삶의 방식, 사물을 보는 방식을 바꾸어야한다. 이것이 진정한 21세기에 걸맞는 패러다임의 변화일 것이다. 신인류는 헐리우드 가서 이미 박제된 영구로'뻥'치는 것으로 탄생하지 않는다. 3D로 겁줘서 인간의 눈을 놀라게 하는 것이 디지털의 미래를 밝게하는 것이 아니다.

촛불이 타는 순간 삶과 꿈의 가치가 그때 결합되고 있을 것이다. 양초를 디자인하지 말고 촛불이 타는 순간을 디자인하자는 것이 디지털디자인의 모토다. 그것은 직관의 힘이요. 몸에 의한 메타포의 힘이다.

폴 발레리는 "우리가 아무리 여신의 걸음걸이를 제어보고 그 빈도의 평균 보폭을 주의해 보아도 여신이 걷는 그 순간적인 우아함의 비밀을 캐내지는 못할 것이다." 그러나 디지털디자인은 그 순간의 비밀을 캐내는 유일한 길이다 라는 것이 필자의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