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인 이슈 7/ 디지털시대는 직관의 시대다
부재의 공간 vs 의미만들기
디자인종합 > 디자인 컬럼 [2010-12-15 20:15]

하루가 멀다하고 극장가 간판에 붙어있는 3D영화가 미래에는 대세일 것이다. 어디 그 뿐인가? 2012년부터는 우리 안방에서도 디지털TV수신기에 의해 디지털 영상이 가능해지면서 3D영상을 감상하게 되었다. 이제 우리는 현실과 가상셰계의 경계가 모호한 세상에 살게되었다. 하지만 세상에 공짜는 없는 것이다. 여기에도 득과 실 즉, 얻는 것과 잃는 것이 반드시 있을 것이다. 이번호에 이점을 생각해 보자.

디지털이란 무엇인가?   이것은 디지털 시스템과 연산에서 사용되는 수학의 기본으로, 단 두개의 상태 1과 0, on과 off, 또는 high와 low만이 있다. 디지털 방식은 아날로그 방식처럼 입력된 파형을 그대로 기록하지 않고 분해해서 비트라고 불리는 가장 단순한 신호로 변환해서 기록하는 것이다.

따라서 인간의 눈과 귀에는 전혀 느껴지지 않을 정도의 극히 잘게 표본화되기 때문에 고밀도화, 쌍방향화, 데이터베이스화를 특징으로 하여 원본과 가까운 재현 값을 갖게 되는 것이다. 우리가 디지털 3D영상을 보면서 원본(현실의 사건, 사물, 인간)과 거의 유사한 느낌을 갖는 것이 이 때문이다.

이들 디지털 방식은 혼돈이론에서 파생된 퍼지이론에서 더 많이 응용되기도한다. 무질서속에 질서가 있음을 밝힌 혼돈이론을 인간의 지능에 적용한 인공지능이론은 공학분야에 쓰이기 시작한 이후 이제는 병의 진단, 경영의사결정, 날씨 예측 등 거의 모든 분야에 응용되고 있다.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카오스 이론을 가장 가까이 접근할 수 있는 것이 인공지능 세탁기일 것이다. 빨래감의 양, 오염도, 옷의 종류 등에 따라 물의 양과 세제량, 세기 등을 자동조절해 줌으로써 우리 주부들을 세탁의 노동에서 해방시킨 일등 공신인 것이다.

매 순간마다  on과 off방식으로 작동하는 디지털 방식은 우리가 갈림길에서 현전과 부재 방식으로 나아갈 길을 정하는 이치와 거의 일치한다. 이미 인간의 세탁방식이 프로그램된 세탁기는  세탁양에 따라 on과 off방식으로 순서에 따라 물의 양을 정하고, 세제량을 정하면서 최종 세탁이 완료될 때까지 on과 off방식을 멈추지 않는다. 사실 이들 디지털 방식은 20세기의 발견은 아니다. 이미  고대 중국에서는 거북 등의 껍데기를 불에 태워 그 균열의 유무에 따라 점을 쳤다고 하며 이것이 발전한 것이 동양의 음양오행설이다.


on과 off로 일을 처리하는 방식의 이론이 동양에서는 음양오행설이라면 서양에서는 구조주의라고 할 수 있다. 구조주의의 핵심은 '이항대립'이론이다. 우리의 사고방식은 알고 보면 일체의 이항대립으로 구성돼 있다는 것이다. 건조한/축축한, 신선한/썩은, 연속/단절, 가득한/빈, 안/밖, 위/아래 등 이항 대립의 변별성이 인간 사고의 기본 법칙으로 간주되고 있다는 것. 원시사회의 신화가 문화/자연, 선/악, 적군/아군, 흑/백 등과 같이 대립적인 두 가지로 구분된다고 했는데 이것을 ‘이항 대립’이라는 것이다. 

이들 이항대립의 사유는 세상만물 모든 것에 작용하여 구조주의라는 사상을 어필시켰다. 삼라만상이 푸르다면 이제 푸른 것에 대조되는 것이 존재하지 않으므로 푸르름이라는 자체도 존재하지 않는다. 이러한 구조주의는 인간 주체에 앞선 ‘구조’를 강조함으로써 실존주의 등의 인간중심적인 사유와 대립하며 20세기의 가장 영향력 있는 사상 가운데 하나로 자리잡았다. 반면 인간주체가 빠진 구조적 사유는 에코가 말했듯이 "텅빈 구조'가 되어 너죽고 나살자는 차이적 이데올로기인 물질만능을 낳기도 한다. 재벌과 서민, 여당과 야당, 공산주의와 민주주의 등등 인간은 없고 물질만 남으며 중간도 없는 것이다. 아니 중간은 회색분자가 되어 양쪽 모두에게 버림받는 처량한 신세가 되기도한다.


메를로 퐁티의 현상학은 몸의 부활을 태동시켰으며 우리에게 분화와 미분화(未分化)가 아닌 미분화(微分化) 내지 세분화라는 사유를 선사하게 되었다.분화나 미분화가 이항대립적 차이에 기반을 둔 극단적 방식이라면  세분화는 인간의 몸에서 발현된 욕구의 다양성이요, 잠재성(주름)의 펼쳐짐이다. 그렇다면  삼라만상의 푸른색도 좀 옅은 푸른색, 더 짙은 푸른색, 빛바랜 푸른, 청명한 푸른색 등 거의 무한에 가깝다할 것이다. 이를 양파에 비유해서, 양파를 심층과 표증으로 나누면 이항대립이 되지만 양파 껍질을 하나씩 벗겨내어 심층과 표층사이에 더 많은 층을 만드는 일은 세분화이다.

 on과 off방식으로 작동하는 디지털 시대에 이항대립적 구조로 갈것인가 아니면 현전과 부재의 방식으로 갈 것인가. 부재의 공간은  미분화(微分化)된 공간으로 끝임없이 적분화를 요구한다. 셀 수없는 주름으로 이루어진 종이를 접어 다양한 종류의 조형물을 만들어 내는 일이 적분화 작업이다. 형태만들기가 이항대립적 사유를 선택한다면 의미만들기는 세분화사유를 선택할 것이다. 이제 우리는 몸이 만들어내는 직관을 회복할 시기에 와있다.

시장조사나 트렌드와 같은 이항대립적 사유에서 아이디어를 찾을 경우 표피적이고 우연적인 재치로 잠시의 인기를 얻을 수 있지만 빈깡통처럼 요란한 소리만 내고 쓰레기통으로 던져질 것이다. 오늘날 우리는 디지털 세대 연예인에서 그 얼마나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을 느끼는가? 외모지상주의가 바로 그것이다. 3D방송은 더욱 이를 부추길 것이다. 우리의 미래는 아바타와 가상현실에 달려있는 것이 아니라 감각하는 몸과 직관의 회복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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