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인 이슈 5/ 소비자의 암묵적 니즈는 시장조사로 파악되지 않는다
암묵적(잠재적)니즈 vs 명시적 니즈
디자인종합 > 디자인 컬럼 [2010-12-02 21:09]

우리는 종이접기놀이를 통해 새로운 직업군의 디자인과정을 은유적으로 살펴볼 수 있다. 그것이 하얀종이 이든 색종이 이든 주름진 선을 따라 접으면 여러 형태의 조형물이 탄생될 것이다.

그렇다면 주름진 선만 있으면 어떤 조형물도 만들어 낼 수 있을 테지만 문제는 맨 처음 아무것도 없는 종이위에 무슨 선을 어떻게 그어서 장차 형태가 될 주름을 만드느냐가 관건이 되겠다.

헬리곱터를 종이접기로 만들어 본다고 하자. 다섯살 아이도 방바닥에 배를 깔고 두 팔과 두 다리를 펼친 채 골반을 축으로 삼아 마치 나침반의 바늘처럼 돌기시작 하면서 헬리곱터 날개를 쉽게 흉내 낼 수 있다. 또한 헬리곱터를 그림으로 그리라고 하면 헬리곱터의 전체 형태를 그릴 수는 없어도 날개들을 방사형으로 빽빽하게 그려서 날개의 모습을 보여줄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아이는 대략적으로 헬리곱터의 모습을 그림으로 그려보일 수 있어도 종이 헬리곱터의 설계도나 전개도를 그려낼 수 없어 종이접기 자체가 불가능할 것이다. 실제 어른도 특별한 훈련을 받지 않은 한 입체물의 설계도나 전개도를 그릴 수 없는 것은 마찬가지 일 것이다. 여기서 좀 어려운 용어이겠지만 전자의 경우 시각적인(눈에보이는) 속성들과 관계하고 후자의 경우 존재론적(추정상의) 특성들이 관여하고 있음을 알아야 한다.

이들 조형물의 존재론적 계열은 물리적인 실체를 전제로 하여 주름선을 접는 행위일 수 있겠으나 엄밀히 따지면 실물에 대한 모방혐의를 벗어날 수는 없을 것이다. 과거 디자이너는 시장조사를 통해 소비자의 니즈를 파악한 후 어떤 실체를 가상한 후 모형을 만들기도 하였지만 일부는  대량생산을 목적으로  그 모형에 대한 설계도나 도안, 전개도를 그려내기도 했다. 이러한 일련의 디자인행위는 디자인프로세스로 정착되어 오늘날까지도 디자인교육이나 훈련에서 필수전공과목으로 정착되고 있는 것이다.

우리는 이쯤에서 사물을 본 대로 그려내는 시각적 계열이나 모형을 가상하여 추정적으로 그려내는 존재론적 계열도 철학적 본질의 주름개념을 반영하지 못함을 깨닫게 될 것이다. 다시말해 시각적 계열이나 존재론적 계열만으로는  알레시가 제안한  소비자들이 원하였지만 그들 자신도 미처 알지 못했던  암묵적 니즈에 의한 직관적 해결을 기대할 수 없는 것이다.

다시 종이접기로 돌아가 보자.  무수한 주름이 있는  한 장의 종이는 수많은 조형물을 만들어 낼 수 있을 것이다. 주름이 무한하다면 조형물도 무한할 것이다. 주름에 또 다른 주름이 무수히 겹쳐 겹주름이 생기고 또 생긴다면 나중에는 거의 흰 종이처럼 아무것도 보이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처음부터 아무것도 접지 않았던 흰종이와 무수한 형상들이 접히고 난 후 펼쳐진 흰 종이는 전혀 극과 극의 차이일 것이다. 필자는 이전에 가능세계는 텅빈 세계가 아니라 꽉찬 세계라고 언급한 바 있다. 바로 이런 현상을 염두에 두고 발언한 것으로 생각된다.

하나의 정자와 씨앗은 꽉찬 세계에 비유된다. 그것은 형체가 없는 물과 단백질 분자로 이루어진 단순한 물질이 아니라 잠재적으로 주름잡혀있다가  일정한 환경과 조건이 주어지면 점차 분화되면서 복잡한 신체기관으로 현실화 된다.  손톱만한 작은 하나의 씨앗이 화려한 모습의 꽃, 싱그러운 잎을 가진 수목으로 우리 눈앞에 전개될 때 우리는 이 우주의 신비에 놀라지 않은가? 라이프니쯔는 이러한 놀라운 우주 창조의 세계를 '모나드론'에서 전개하고 있다. 필자는 라이프니쯔가 전개한 모나드론도 장차 새로운 직업군으로서의 디자인분야에 하나의 방법적 대안이 될 것으로 생각된다.

다시 한번 강조하건데 필자는 가능세계에 관심이 많다. 소비자가 원하지만 자신도 모르는 궁극의 세계, 잠재적 니즈를 충족할 세계는 가능세계에 있다고 필자는 믿기 때문이다. 그래서 좀 더 조형적 시각에서 가능세계를 살펴보고자한다. 그것은 무엇일까? 앞서 나는 시각적인 계열과 존재론적 계열을 밝힌 바 있다. 그렇다면 제3의 계열이 있다는 것이데...그것은 에른스트 곰브리치, 움베르토 에코, 칼 포퍼에서 언급된 관습적인 계열이다. 이 문제는 다음 호에 살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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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길열() 1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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